지금 우리는 위기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 팬데믹, 경제 불황 등 예측하지 못한 위기가 우리 삶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위기 이후의 경제철학’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하는 책입니다. 저자 홍기빈 교수는 기존 경제학의 한계를 지적하고, 위기 이후의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경제철학을 제시합니다.
도서소개
저자는 우리 생활과 밀접한 질문들을 던지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우리는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한 거의 모든 시간을 경제활동에 쏟아붓지만 왜 삶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을까?’ ‘이렇게 경제생활에 온 힘을 쓰면 쓸수록 왜 허무와 고독과 불안은 더 커져만 갈까?’ ‘뿐만 아니라 생태 위기와 사회적 불평등은 왜 더욱 공고해져만 갈까?’ 이들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나가는 지난한 과정을 생략하고 저자의 결론을 먼저 소개하자면, “경제생활이 우리를 허무와 고독과 불안으로 밀어 넣도록 짜여져 있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러한 경제생활의 조직 방식 자체를 바꾸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는 지금 우리의 경제생활의 틀이 세 층위의 위기에 둘러싸여 있다고 말한다. 첫째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서 생태 위기를 낳고 있으며, 둘째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서 경제적 불평등을 낳고 있고, 셋째는 개인의 삶과 마음의 차원에서 허무와 고독과 불안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활의 틀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자연과의 관계를 망치고, 이웃과의 관계를 망치고, 나 자신과의 관계를 망치는 이런 삶은 결코 우리가 바라는 모습이 아니다. 저자는 결국 위기에 휩싸인 지구적 산업문명의 상태를 당연한 듯 받아들이게 만들고, 만족스럽지 못한 경제생활에 대해서도 그저 체념할 수밖에 없는 무기력한 존재로 만드는 근원이 세속 종교가 된 경제학에 있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을 허무와 고독과 불안으로 몰아넣는 경제생활의 틀에서 끄집어내 마음과 몸으로 움직이는 활기찬 인간을 다시 소생시키기 위해서 새로운 경제학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작가소개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외교학과 석사과정을 마쳤으며, 캐나다 요크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을 거쳐 현재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KPIA) 연구위원장과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을 맡으며, 경제, 정치, 사회 전반에 대한 통찰력 있는 분석과 날카로운 비판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팟캐스트 ‘홍기빈의 이야기로 풀어보는 거대한 전환’을 진행했으며, 온·오프라인의 여러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어나더 경제사』 『살림/살이 경제학을 위하여』 『비그포르스, 복지 국가와 잠정적 유토피아』 『소유는 춤춘다』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자유시장』 『모두를 위한 경제』 『도넛 경제학』 『차가운 계산기』 『경제인류학 특강』 『돈의 본성』 『거대한 전환』 『카를 마르크스』(제59회 한국출판문화상 번역 부문 수상) 등이 있다. 현재 유튜브 채널 〈홍기빈 클럽〉과 네이버 카페 ‘어나더 경제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위기 이후의 경제철학은 2020년에 출간된 홍기빈의 저서입니다. 이 책에서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세계 경제가 직면한 위기와 과제를 분석하고, 새로운 경제 모델을 제시합니다. 그는 경제 성장뿐만 아니라, 국민 행복과 사회적 공정성을 중요시하는 경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 책은 경제에 관심 있는 일반 독자뿐만 아니라, 경제학자, 정책 입안자, 기업 경영자 등에게도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줄거리
지금 다가오는 위협은 기후위기만이 아니다. 생물종 다양성 감소, 해양 생태계 위기, 주요 자원의 고갈 등 지구적 산업문명이 자연과 생태계의 한계를 침범해 넘어서는 있는 증후는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위기들은 산업문명의 지속가능성은 물론, 인간뿐만 아니라 현존하는 생명 영역 전체의 안녕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많은 경고가 이루어지고 있으니 더 길게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경고의 목소리에 이어 많은 해법의 제안과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정작 이 생태 위기의 가장 근본적인 질문, 즉 지금 우리 경제생활의 틀을 완전히 바꾸어야 한다는 문제는 대부분 회피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과연 20세기와 같이 계속 성장하고, 계속 소비를 늘려갈 수 있을까? 80억을 넘어선 세계 인구가 모두 산업 국가의 중산층과 같은 소비 수준을 향유할 수 있을 만큼 경제 성장을 이루겠다는 위험한 꿈은 과연 그대로 두어도 좋은 것일까? 더 많은 소비와 더 많은 경제성장은 지금 전 세계 인류의 마음과 의식 속에 하나의 세속 종교와 같이 절대적인 목표로 자리 잡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20세기 후반 이후의 불과 100년도 채 되지 않은 현상이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경제학의 주된 관심사는 성장이 아닌 ‘균형이었으며, 대부분 사람들의 경제생활은 열심히 일하고 근검절약하며 살아간다는 전통적인 윤리를 규범으로 하여 이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70년간 큰 변화가 일어났다. 2차 산업혁명으로 ‘대량소비·대량생산이라는 틀이 자리 잡았으며,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을 통과하면서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이 국가 목표로 떠올랐고, 이를 ‘정밀하게 계측하는 성장 회계가 발전했다. 또 노동과 자본의 고질적인 계급 갈등에 대한 치료책도 경제 성장과 소비 팽창으로 주어졌으며, 특히 20세기 끝 무렵에는 잘사는 나라와 못사는 나라 사이의 불평등에 대한 해결책으로도 경제성장이 주어졌다. 그리하여 20세기 중반을 거치면서 무한의 소비 팽창은 이제 으뜸가는 미덕이 되었고, 이를 가능케 하는 나라 전체 아니 세계 전체에서 무한의 경제성장은 절대적인 ‘공공선이 되어버렸다.
1960년대에 경제학자 케네스 볼딩(Kenneth Boulding)은 지구가 복률의 성장을 견뎌낼 수 없는 보잘것없는 존재라는 의미에서 우리 모두 ‘우주선에 타고 있을 뿐이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게오르게스쿠-뢰겐(Nicholas Georgescu-Roegen)은 ‘엔트로피 법칙, 즉 열역학 제2법칙에 근거하여 영구적인 경제성장은 절대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하지만 기후위기로 온 지구가 박살이 나는 것을 똑똑히 보고 몸소 겪고 있는 지금에 와서도 모든 나라들은 올해에도, 또 내년 후년, 그 이후에도 영원한 경제성장을 꿈꾼다. 세계은행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선진국들, 나아가 세계 경제 전체가 2퍼센트 혹은 심지어 3~4퍼센트의 영구적인 경제성장을 이상적이라고 보며, 이를 ‘지속 가능한 성장이라고 부르고 있다. 어째서일까? 앞에서 말했듯이 20세기의 인류가 발견한 모든 종류의 인간적 괴로움과 사회 갈등의 만병통치약은 ‘소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 할 모든 개인의 구매력 확보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한 언론인이 뽑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최악의 다섯 가지 소비 현상”이라는 기사가 생각난다. 우리가 얼마나 소비에 중독이 되어 별의별 쓸데없는 것들을 다 사고팔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내용이었다. 그중 하나는 ‘이동식 수박 냉장고였다. 수박이 들어가는 공간이 마련된 플라스틱 손끌개인데, 거기에 무선으로 작동할 수 있는 냉장 장치와 그것을 구동시킬 배터리까지 장착한 물건이다. 어디서든 시원하게 수박을 즐기기 위해 고안되었다. 이는 개인이든 사회든 삶의 모든 문제를 소비로 해결할 수 있다는 우리의 오랜 고질병이 얼마나 심한지를 잘 보여주는 물건이었다.